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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의 재밌는 치아 이야기] “한 친구가 사라지면 와르르…치아 관리 잘하세요”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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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15:31
    • |
    • 수정 2019-07-01 13:44
김성용 e해박난치과 원장.

[김성용의 재밌는 치아 이야기]얼마 전 강원도에 대설이 내리더니 한여름 같은 더위가 밀려옵니다.

운명이죠. 이런 게 팔잡니다. 한반도의 삶은 우리에게 팔자죠. 더울 때 더운 곳에서 더운 바람이 와서 추울 땐 추운 지방에서 추운 바람이 와서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춥습니다.

한반도의 사계절이 그렇죠. 그래서 한국인은 열심히 삽니다. 겨울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가을에 추수를 많이 해놔야 하고 봄에 먹을 게 날 때까지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여름엔 웃통을 벗어도 더운데 말이죠. 딸기부터 수박·포도·복숭아·귤 등 가을까지 먹을게 넘쳐납니다.

음식은 더워서 금방 상하죠. 배터지게 먹고 늘어져야 삽니다. 여름에 뛰어다니면 쓰러집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해야 또 살아남습니다.

‘놀 줄도 알아야 한다’ 참 욕심 많은 민족입니다. 이런 혹독한 사계절 덕 혹은 탓에 일할 때도 열심히, 놀 때도 열심히, 빨리빨리 사는 그게 한반도의 팔자입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치아도 마찬가지죠. 내 인생을 반영합니다. 나무에 나이테가 있듯, 내 삶의 흔적들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환갑 넘으신 아버님이 사랑니가 아파서 오셨습니다. 이가 꽤 흔들립니다. 사랑니가 일 많이 하고 이제 은퇴하고 싶은 겁니다. 물론 사랑니가 흔들리면 빼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또 세상이 바뀌었죠. 옛날 같으면 환갑잔치하고 틀니를 하셨겠지만, 요즘은 칠순도 잔치 잘 안 하십니다.

이도 마찬가집니다. 사랑니가 흔들린다고 예전처럼 빼면 백세 시대에 남은 수십 년 사랑니가 하는 일을 다른 치아가 해야 하는데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최대한 가져가 보려 애씁니다. 일을 줄여주고 고생해서 생긴 병을 치료하고 더 나빠지지 않게 해줍니다. 고문 역할만 해도 고맙습니다. 이 친구 버티는 동안 다른 치아들은 괜찮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안 빼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아파서 정떨어지면 빼시는 겁니다. 남아 있는 치아에 해를 주면 또 빼게 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득실을 따져서 득보다 실이 많으면 빼야합니다.

문제는 빼고 나서 시작되는 거죠.

입안을 커다란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치아들은 사원들이죠. 일꾼들이 28명 적게는 24명, 많게는 32명 있습니다. ‘30명이나 되니 묻어가도 되겠다’ 싶겠지만 어림없습니다. 파트별로 딱딱 나뉘어 있습니다. 할 일 정확히 해야 합니다. 조물주가 참 잘 만들어 놨어요.

앞니들은 예뻐야 합니다. 베어 먹거나 끊어먹거나 뜯을 때 일을 합니다. 예뻐야 하는데 일까지 하면 안 예뻐집니다. 해가 갈수록 예쁘기만 해도 감사한 친구들입니다.

송곳니는 가장 굵고 긴 치아입니다. 어금니, 앞니 다 빠져도 남는 게 송곳니입니다. 송곳니 4개만 있으면 틀니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치아입니다. 이갈이가 있어도 혼자 모든 치아를 보호하는 멋진 최후의 기사죠.

가장 마지막에 자리 잡는 영구치라 덧니로 나는 경우 이 친구가 일을 안 하면 다른 친구들이 빨리 늙습니다. 교정을 하는 이유죠. 송곳니 옆에 작은 어금니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죠. 교과서적으로는 심미를 담당합니다.

크게 웃을 때 보이고 아랫니 교합면의 위치를 결정짓는 데 송곳니도 도와주고 어금니도 도와주는 착한 녀석입니다. 송곳니가 많이 갈리거나 일을 안 하면 이 친구가 힘들어서 시립니다. 어금니가 없어지면 여기로 식사하시죠. 그렇다고 송곳니나 어금니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어금니는 씹을 때와 자세 잡을 때 일을 합니다. 음식물을 부수고 찢고 갈아내죠. 첫째 큰 어금니는 주로 저작(咀嚼) 시에, 제일 마지막 치아는 자세 잡을 때 일을 하게 됩니다.

치과의사가 하는 일은 치아들이 자기가 맡은 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어느 한 치아만 고생하지 않게 힘들면 일을 나누고, 없어진 친구 데려오고 좀 더 자기가 하기 편한 일을 찾아 주는 거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치아가 없기 때문에 티가 안 날 것 같지만, 한 친구가 사라지면 그 일을 다른 파트에서 하게 되고 피로가 쌓이면서 와르르 무너지게 됩니다.

컨설팅 자주 받으셔서 큰일은 작게, 작은 일은 꼼꼼하게 잘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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