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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고래 사냥과 블록체인

    • 김태봉 논설위원
    • |
    • 입력 2020-11-12 18:16

[논설] 고래 사냥과 블록체인

▲(사진출처=unsplash)

고래는 태초부터 인류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역사적 기록과 문학적 텍스트를 통해 고래와 인류의 관계를 엿보면, 결론적으로 고래는 인류에게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값진 존재란 것이다.

세계 최고 유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 또렷이 고래 사냥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7천년 전 당시 한반도에 살던 거주민들의 삶에 고래가 매우 큰 비중으로 생존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국의 동해안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고래 사냥으로 유명했고 19세기 중엽 무렵에는 멀리 미국, 유럽 등 각지의 포경선단이 몰려와 고래 사냥이 성행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이웃한 일본의 경우 1820년부터 수년간 '코스모포리탄'이라는 향유고래 떼가 출현하자 미국은 100여 척의 포경선을 파견했고 포경선의 기착 항구가 필요해 결국 일본을 개항시키는 촉매가 될 지경이었다.

시대적 배경을 보자면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어 일확천금을 노린 골드러시 열풍이 가라앉은 후 넘치는 열정을 지닌 모험가들의 에너지가 고래 사냥으로 이어진다.

태평양으로 열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포경업이 성행하기 시작하였다.

1851년 출간된 세계 해양 문학의 최대걸작인 "모비 딕"(Moby Dick)을 보면 당시의 시대상과 고래 사냥의 처절함 그리고 다양한 인간군상의 심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 고독한 인생 외로운 죽음이여!

오! 이제 내 가장 깊은 슬픔 안에서 나는 나의 가장 큰 위대함을 느낀다.

오! 오! 지난 내 삶 전체에 걸쳐 대적할 수도 없이 세차게 휘몰아치던 파도여

아득하고 머나먼 끝에서부터 이제 휘몰아쳐라

그래서 내 죽음의 물기둥 꼭대기까지 치솟아 올라라!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되지 않는 고래여!

그럴지라도 그대를 향해 나는 돌진한다."

에이허브 선장이 모비 딕을 눈앞에 두고 절규하는 말에서 처절함과 광기, 집념 등 모든 것을 표현하는 명문이다.

모비 딕을 통해 본 고래 사냥은 일종의 거대한 장벽이라는 해석도 있다.

두려움의 근원으로서의 장벽으로도 보는데 이는 당시 산업 혁명기의 태동에 따른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상황에 따라 경제적 이해와 맞물리는 내몰림과 도전, 기회 등을 모두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 왜 이토록 오랫동안 위험한 고래 사냥에 인류는 매달린 것일까?

그것은 고래가 지닌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즉, 고래 사냥은 매우 위험하지만 성공한다면 충분히 보상을 받는다는 명제가 인간 심리와 사회적 학습이라는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골드러시 이후 태평양이 열리며 포경업은 발전하기 시작한다.

당시 고래 사냥을 위한 전문 펀드들이 조성되며 포경업 산업은 들끓기 시작했다.

고래 사냥 펀드들이 10척의 포경선에 투자한다면 그중 1, 2척 정도는 고래 사냥에 성공했다고한다.

고래 사냥에 성공하면 고래는 인간에게 많은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줬다.

게다가 고래 고기보다 더 값진 것으로 취급받는 고래 지방에서 추출한 고래기름도 추출했다.

가장 값진 것으로 향유고래를 꼽는데 향유고래 한 마리를 포획하면 1만 리터 이상의 고래기름과 그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용연향(향수 제조에 사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래 사냥에 종사하는 포경선 선원들은 매우 위험하고 더러우며 사회적으로 평판이 낮은 직군이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기다림의 연속인 지루한 표류와 같다.

소설 모비 딕을 보면 당시 포경선 선원들의 사회적 인식과 힘든 상황, 처우가 잘 묘사됐다.

"향수를 잔뜩 바르는 사람을 알까?

그 향긋한 향내가 나는 근원이 썩어빠져 악취가 나오는 고래의 가장 깊은 속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 냄새를 바르고 과연 고래잡이를 비웃을 수 있을까?"

1712년 향유고래의 고래기름이 양초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석유와 전기가 개발되기 전까지 등잔, 양초, 등대, 도시의 가로등 불빛을 밝히는 재료로 100년 이상 고래 사냥은 인류의 에너지원으로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1859년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나서 고래 기름을 대체하기 시작하자 에너지원으로서의 고래 사냥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산업 역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고래 사냥이라고 견줘도 될 것이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늘 소수의 선각자이자 모험가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취하기 위해 도전을 해왔다.

이는 어찌 보면 기득권층이 아니기에 기득권을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의 흐름이기도 할 것이다.

고래의 가치에 눈을 뜬 인류가 사냥이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부와 명예 등의 이해에 방점이 찍히면서부터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작금의 블록체인 산업과도 닮은 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래 사냥을 위해 펀드가 조성되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투자가 진행되고 성공한 소수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명예를 얻었다.

블록체인 역시 객체이자 주체만 바뀌었을 뿐 같은 궤를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포경업이 막을 내리기 시작한 이유가 새로운 대체 수단의 등장에 따른 경제적 가치의 변화에 따른 투자 가치 저하에 기인했듯이 블록체인 산업 역시 새로운 대체 수단이 등장하기까지 지속 성장할 것이라 본다.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든 선구자이자 모험가들의 도전과 용기는 인류 전체적으로 발전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매우 귀한 자원이라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모비 딕의 멋진 문구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고래와 마주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우리가 대청소를 끝낸 바로 그 순간

새로운 고래가 나타난다면

또다시 그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고래잡이배의 생활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한국블록체인뉴스 논설위원 김태봉

김태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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